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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2022 가을과겨울
2022 년 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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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도시 고창글 이영덕(1차 고창문화민회 공동준비위원장/(재)문화유산마을 원장) 사진 안갑주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긴 숨을 들여 마신다.2022년 8월 29일 고창읍성에서 진행된 2022년 1차 고창문화민회. 지난해부터 문화도시 추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먼저 고창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창 사람들을 만나고 곳곳에 숨겨진 공간을 만났다. ‘무엇을, 어떻게’라는 스스로의 물음을 찾기 위한 시간이었다.어쩌다 문화민회 공동준비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부여받고 뭐에 홀린 듯, 준비된 내용도 없이 1차 고창문화민회 준비위원회의 문을 열었다. 두어 번 만난 사람들, 스쳐지나는 인연이었을지 모를 사람들이 각자 일이 끝나는 일과시간 이후에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또 차곡차곡 쌓아가는 준비를 했다. 10여 명이 함께 논의하고 장소에서부터 의제선정, 일정, 성과발표, 민회 진행 등의 준비를 함께해 왔다. 우리 고창은 문화도시가 될 수 있을까?‘문화, 어머니 약손이 되다. 치유문화도시 고창’이 될 수 있을까?
고창은 문화도시가 될 수 있을까고창읍성은 우리 고창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있는 장소이다. 1960년부터 1986년까지 고창여고의 교정이었을 뿐 아니라, 답성놀이 등 읍내 사람들에게는 뒷동산과 같은 기억의 장소이다. 우리 고창 사람들이 일상을 공유했던 장소이다. 그 기억을 살리고 싶었다. 치유문화도시 고창은 우리들의 기억에서부터 출발하고 싶었다. 다른 이의 시각으로 우리 고창의 기억을 바라보고 싶었다.이번 2022년 1차 고창 문화민회는 순수하게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갖췄다. 문화도시에 대한 개념조차도 희미한 사람들끼리 문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뭉쳤다. 누구는 예쁜 손글씨를 써서 문화민회 장소였던 동헌까지 안내하고, 누구는 작은 부스를 만들어 고창 치유의 길을 알리고, 또 누구는 동헌 앞 오래된 나무 아래에 천연염색 천을 내걸어 고창의 색을 담아내었다. 또 안내를 맡은 분들은 오신 분들을 반갑게 맞이했고 고창의 두 젊은 사회자는 문화민회를 진행했다.고창읍성 동헌과 내아 마루에 둘러앉아 진행된 논의는 우리 스스로 고창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우리 고창만의 문화도시 기반을 어떻게 다질 것인가? 우리 고창만의 기초자원이 무엇이고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우리 고창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적인 문화도시 가치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 우리 고창의 물적, 인적 문화인프라를 어떻게 연대해서 확장할 것인가? 라는 담론을 풀어내는 자리였다. 살아온 고창이 일상이었기에 다른 이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한 것은 아마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나서 주제를 갖고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다른 이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100여 명의 고창 사람들이 고창읍성 동헌 앞마당에 둘러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법정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의 기억 공간에 한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얘기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문화도시민이었다.
우리가 문화고, 우리 지역이 문화도시다필자는 문화의 영역을 멀리서만 찾지 말고 우리 가까이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문화고 우리 지역이 문화도시다’라는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구 과밀의 도심에만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자연과 역사, 거기 사람들이 남아있는 이곳이 문화도시라고 생각한다. 마을이 보존되어 있는 곳, 어르신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곳이 문화의 보루이고 기억 저장소이다.1차 문화민회가 진행된 지 벌써 두어 달이 지났다. 그날의 일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가지만 그래도 그때의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리고 함께 준비해준 문화도시 준비위원분들, 참여해주신 분들을 가끔 길거리에서 만난다. 그전 같으면 그저 스쳐 지나쳤을 인연인데 이제는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며칠 뒤에는 법정 문화도시 심사를 위한 심사단이 고창을 방문한다. 2년 동안 준비해 온 우리의 문화도시 역량을짧은 시간에 다 보여줘야 한다. 우리 고창은 이미 문화도시였고, 앞으로도 문화도시가 지속될 수 있음을 알려줘야한다. 1차 문화민회 준비위원회를 대신해서 기대의 약속을 했다.‘처서가 지나니 아침 공기부터 달라집니다. 이 공기가 차가운 바람이 될 때 고창에는 훈풍이 불어올 겁니다. 2022년 겨울, 우리 고창에는 ‘법정 문화도시 지정’이라는 현수막이 뜨거운 바람을 타고 휘날릴 것입니다.’ 훈풍을 기다려 보실까요?
지난 12월 6일 고창은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됐다. 앞으로 5년간 1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화, 어머니 약손이 되다. 치유 문화도시 고창’을 테마로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