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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2022 봄과여름
2022 년 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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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강내유, 가죽 공예의 매력을 퍼트리다글 책마을해리 사진 안갑주고창남초등학교 옆으로 유난히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있다. 알록달록 색을 입은 건물에는 ‘카페랑 공방이랑’이라는 간판이 작게 세워져 있다. 간판에 적힌 이름 그대로 카페와 가죽 공방을 겸하는 공간이다. 주변 건물에 비해 채도가 높은 색을 띠고 있어서인지 길을 오갈 때마다 시선이 쏠리고 자꾸만 공간이 궁금해진다. 저 안에는 무엇이 가득할까, 어떤 작업물들이 놓여 있을까. 이런 마음을 아는지 공간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문을 여는 수고로움도 없이 조심스럽게 공간 안으로 흘러들었다. 그곳에서 커피를 내리고 가죽을 만지는 정명관 씨를 만났다.
취미가 업(業)이 되기까지“처음 가죽 공예를 접한 건, 일본에 있을 때였어요. 제가 일본에 오랫동안 살았거든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10년 넘게 프랜차이즈 기업 하나를 운영했는데, 그때 가죽과 목공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죠. 타국에 있으면서 느끼는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취미 겸, 소소하게 담뱃값을 벌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대부분 유튜브를 보면서 독학했어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막상 배워보니 재밌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 ‘커플피그’라는 공방을 운영했어요. 그러다 고향인 고창에 내려와 이곳에 새롭게 자리 잡았죠.”고향으로 내려온 정명관 씨는 올해 1월 말, 고창남초 옆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다. 원래는 한적한 시골 산자락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면서 농사는 못 지으니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가죽공예를 하고, 막걸리를 빚으며 살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고창에 내려왔지만, 아직 마땅한 곳을 찾지 못 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꿈에 그리던 공간은 아니지만 직접 하나하나 다 정리하고 손봐서 정성스레 꾸린 공간이다.
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뉘어 있다. 출입구 바로 앞에는 큰 나무 테이블이 놓여 카페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그 뒤편으로 아늑한 공간 하나가 더 나온다. 이 두 곳이 카페로 이용 가능한 곳이다. 출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정명관 씨의 작업실이 나온다. 가죽 공방답게 공간 곳곳에는 여러 종류의 가죽과 나무망치, 실과 같은 부재료, 그가 만든 가죽 제품이 놓여 있다. 카페랑 공방에서는 정명관 씨가 직접 가마솥에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와 쌍화차, 맥주를 판매한다. 도란도란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가죽 공예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결코 멀리 있지 않다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없지만, 정명관 씨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간다. 타고난 손재주와 꾸준한 노력 탓인지 그의 실력을 알아봐주는 이들이 늘어났다.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명품 브랜드 계열사의 갤러리 인테리어 장식을 도맡기도 했고 명품 가방 수선 의뢰가 들어오는 건 기본이다. 고창에 내려온 지금도 서울에서 수선 의뢰 전화가 온다. 누군가는 어렵다고 했던 작업이지만, 정명관 씨의 손에 들어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복원이 가능하다.기본적으로 그는 천연가죽만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천연가죽은 식물성 타닌으로만 염색한 가죽을 말하는데, 흔히 알고 있는 베지터블 가죽이 천연가죽이다. 천연가죽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가죽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튼튼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에 쓰더라도 잘 어울리고 좋은 재료인데, 비싸다는 인식 때문인지 여러 방면에 사용되지 않는 게 조금 안타까워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작은 소품에서부터 큰 것들까지 가죽을 활용 할 수 있죠.”
가죽 체험을 진행할 때도 그의 가죽 공예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드러난다. 의뢰인이 방문 체험을 요청하더라도 그는 공방에서 체험 진행을 고집한다. 가죽 공예에 사용되는 도구도 많고 크기도 제각각이기에 그 많은 도구를 챙겨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체험자들이 도구가 부족해 기다리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체험은 그때그때 다르다. 각자 체험자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체험 항목을 정해두지 않고 진행한다.“사람들이 가죽 공예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자신과는 먼 취미라고 생각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카페와 공방을 함께 운영하는 거고, 부담 없이 오시라고 공방 문을 항상 활짝 열어두었죠. 커피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가죽공예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상업적인 공간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문화적인 공간으로 봐줬으면 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