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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 2020 Winter2020년 12월

운곡저수지에 잠긴 추억
- 나오미 고창운곡습지생태관광협의회

용계리와 운곡리는 1980년대 운곡저수지 건설로 수몰되었다. 쪽 빛 저 물결 속에 아홉 마을이 추억과 함께 가라앉아 있다. 더그물 아짐은 커다란 한지공장을 운영하는 집안의 며느리로 시집와 평 생을 이곳에서 지내셨다. 더그물아짐의 눈 속에 운곡저수지만큼 넓고 깊은 추억이 살랑거린다. 잊혀가는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본다.

  

멈춰버린 추억 
용계마을 주민들과 몇 년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의 이 야기를 기록하고 떨어뜨린 알토란같은 말씀의 씨앗을 차곡차곡 담았다. 딱나무(닥나무)마을 용계리는 커다란 한지공장이 두 개 있었다. 딱나무를 재배하며 백지를 만들었다. 이 백지는 전북 일대와 멀 리 물 건너 제주도까지 판매되었다. 한 곳이 더그물아짐네 한지공장이었는데 장정의 일꾼들이 대여 섯은 되었다. 가마솥에 한 끼니 밥을 하면 보리쌀 잘 익은 냄새가 삼천에 진동하고, 동네 사람들 잔치할 만큼 밥을 했다. 솥단지 가 장자리에 뜨건 개버끔 눈물이 보글보글 흘러내리면 쥐구멍에 들 어가 놀던 아이들도 때 밥냄새를 맡고 구정물 뒤집어쓴 채로 밥 솥단지 앞으로 한 놈 두 놈 모여들었다. 뒷짐 지고 마당가에 서 계 신 시아버지께서는 ‘아그들부터 언능 먹이라’며 뜸도 안 들인 밥 솥단지를 열게 하셨다. 큰 바가지에 밥을 퍼 주면 지시랑에 물내 려가듯 뜨건 밥을 후루룩 마셔버리고 송아지새끼마냥 끄먼 눈으 로 끔벅끔벅 아이들은 나만 쳐다보았다. 더 달라고 해도 식구와 일꾼들 먹여야 했기에 매정하게 정지 바라지문을 닫아야 했다. 바라지문 닫는 소리는 짠한 마음만큼이나 삐걱거리며 요란했다. 그것들이 다 잘 커서 선생 되고, 높은 사람 되어 좋은 차 타고, 각 시 데리고 고향에 찾아와 옛날이야기 하면서 손을 잡았을 때 굳게 닫아버린 바라지문이 짠하게 마음에 스쳐 한 덩이 식은 밥이 라도 더 줄 것을, 하는 미련한 생각이 스쳤다 한다.


운곡저수지가 삼킨 많은 이야기와 긴 세월 함께한 인연의 끈들 
운곡저수지에는 많은 역사와 문화의 자원들이 잠겨버렸다. 곱게 늘어진 냇가 수양버들,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공유하며 쉬었던 느티나무 정자, 늦가을 추수가 끝나면 양동이로 바닥이 보이게 한나절 물을 퍼내 마꾸라지 잡던 둠벙(웅덩이), 싸리 꽃 흐드러지 게 피는 길목 역사를 보여주는 고인돌. 슬프고도 아름다운 용계 리와 운곡리의 이야기를 어찌 잊겠는가. 잊히는 이야기를 모아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들의 마음까지 기록하고 싶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물결 속에 살아가고 있다. 떠나 보내는 슬픔도 짧아지고 받아들이는 속도도 빠름을 유지하며 조 금은 기계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슬픈 드라마를 보면 한참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시 절. 그 순수함이 사라지고 오롯이 자기중심적인 삶에 치우쳐 살 아간다. 한 번쯤 저편의 먼 기억 속 가려진 것들을 뒤적거려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다. 운곡저수지 모퉁이 물고랑 한지공장에서 불이 활활 타는 듯 시꺼 먼 연기가 올라와야 할 자리에 대나무만 무성하게 자라 그 자리 가 한지공장 자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멈춰버린 아련한 추억 들 따다닥 따다닥 딱나무(닥나무) 치는 소리가 물을 뚫고 솟아오르 는 듯하다. 팔순의 익은 꽃으로 앉아 칠흑같이 깊은 물속을 바라 보며 속내를 털어놓고 나니 후련하다 하셨다. 이젠 먼 길을 가야 하기에 고된 삶을 살던 그 시절 또한 몹시도 그립다 하신다. 기억 의 저편엔 늘 소환하고 싶은 추억이 줄을 서고 우린 그 추억을 되 새기며 살아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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