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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 2020 Autumn2020년 09월

고창 문화유산,
어머니 약손이 되다

글 문윤걸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고창, 새로운 미래를 발견하다
고창은 도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또 이와 별개로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등재유산으로 세계유산(고인돌 유적), 인류무형문화유산(판소리, 농악), 생물권보전지역(운곡람사르습지)을 갖고 있으며, 추가로 세계자연유산(갯벌), 세계기록유산(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세계지질공원(고창 서해안과 선운산) 등을 인증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 지역이 다양한 세계의 문화유산을 인정받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고창 주민들이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그렇다고 자긍심을 갖는 것에만 그쳐서는 곤란하다. 동시에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지역 자긍심의 원천이자 정체성의 근간이 되어 온 오래된 유산을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조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전승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기때문이다.고창이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에는 세계문화유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인돌유적에서보듯이미고창에는선사시대부터사람들이모여 살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땅 중 선사시대 인류가 고창 지역을 거주지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사람이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어서 살기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고창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축적해 온 문화유산은 현대 문명이 초래한 위험요소를 해소하는데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농촌 주민들의 생명을 키워가는 문화나 마을사람들의 더불어 사는 삶, 동학농민혁명에서보는 사람을 우선하는 문화 등이 모두 그렇다.

 이 소중한 문화 자산을 어떻게 지역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고창의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키워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오래된 지역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문화적 가치를 확장·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창조해가는 자원으로 육성해 가자는 주민들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지역의 보물 같은 오래된 문화유산들을 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해석하여 미래적인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 가능한 일로 만들어가려는 주민들의 적극적인실천노력이필요하다. 최근 각 도시들은 독특한 기호나 가치, 이미지를 창출하여 문화적으로 특화된 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쟁적으로 펼쳐가고 있다. 고창도 ‘한반도 첫 수도 고창’이라는 지역 통합 브랜드 아래 정책 분야별로 세부 비전을 세워 도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경쟁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고, 독특한 지역문화를 정체성으로 강화해 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삶을 회복시키는 힘을 가진 곳
고창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주민들의 문화적 활동을 찬찬히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고창의 문화활동은 지리·자연·생태·역사·문화·예술 자원이 곧잘 버무려지면서 단순한 여가의 향유에 그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창의 문화적 태도는 도시 전역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인간과 자연, 생명이 공존하는 삶이 보편화 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선사시대 인류가 생활 터전으로 삼을 만큼 안전성과 풍요로움은 물론 신령한 영성의 기운이 담겨 있는 자연적 특성을 갖는다. 또한 경천애인(敬天愛人)과 인내로 치유하고자 했던 동학의 정신이 지역민의 마음에 흐르고 있어 고창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가까이는 코로나19와 같은 미지의 질병으로 인한 위험사회에, 멀리는 현대문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물질적 풍요로움을 얻은 대가로 사회적 긴장과 갈등, 개인적 스트레스나 심리적·정신적 불균형 등 신체적·정신적 위협을 크게 받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삶, 건강한 삶을 꿈꾸고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처럼 위협과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에서 인간의 생애주기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긴장과 갈등, 스트레스등을 마음 편히 해결할 수 있는 건강한 지역, 치유의마 을이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될까. 

마침 고창에서 펼쳐지고 있는 문화 및 생태환경 관련 사업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거나 담고 있는 콘텐츠는 ‘치유’라는 말로 모아진다. 정책적인 지원사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권역별, 마을별, 문화 장르별, 농촌·해양·산림 등 사업영역별로 다양한 치유 관련 사업이 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민간영역에서도 주민이 자생적으로 치유마을이나 문화예술 치유공동체 등 마을공동체나 민간공동체등을만들어자율적인치유공동체활동을전개하고있다.다만 아쉬운 것은 관의 치유사업이나 민간영역의 치유문화활동이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사업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민관이 협력하여 중장기 거시적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지원·육성해 나갈 마스터플랜(Master Plan)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시민사회와 문화 활동가, 고창문화관광재단과 고창군, 관련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고창 치유문화도시 조성계획」이 수립 중이다. 이 계획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고창의문화, 어머니약손이되다’라고할수있다.고창 치유문화도시 계획은 주민이 주인이 되는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것과 함께 현재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치유문화활동을 보다 전문화하여 고창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육성해 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 고창군은 확실한 의지를 담은 정책적 지원을, 민간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역 문화유산을 재해석하여 현대사회에서도 살아 움직이도록 숨을 불어 넣는 일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 또한 치유문화가 주민들의 일상이며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지역의 문화적 전통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계승해 갈 수 있도록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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